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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죽음보다 마지막까지 좋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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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작성일 16-02-15 19:36 조회9,78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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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죽음보다 마지막까지 좋은 삶
 

[한현우의 인간正讀] 한국 호스피스 개척자 샘물 호스피스병원 원주희 목사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갈지 몰라… 유언장 늘 갖고 다녀"


원주희(64) 목사를 만난 것은 아툴 가완디의 책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다 읽고 난 직후였다. 하버드 의대 교수인 가완디는 60대 불치암 환자에게 무의미한 의료행위를 계속하다가 결국 인공호흡기를 떼야 했던 인턴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렇게 고백한다. "우리는 (톨스토이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 나오는) 이반 일리치가 만났던 19세기의 원시적인 의사들보다 조금도 나을 게 없었다. 아니 실은 더 나빠진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환자에게 새로운 형태의 육체적 고문을 가한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샘물 호스피스병원을 23년째 운영하는 원 목사는 말했다. "임종 한 달 전에 엄청난 의료비를 쏟아붓죠. 살리지도 못하면서. 결국 약으로 고문해서 죽이는 겁니다. 왜 쏟아붓느냐. 일단 의사들이 무식해요. 임종을 앞둔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을 못합니다. 또 환자 가족에게 우리가 뭔가 하고 있다는 시늉을 해야 돼요. 치료 안 되는 사람은 죽음을 맞이하도록 내보내야 하는데, 중환자실에서 이것저것 해보다가 결국 죽는 거예요. 저는 그런 의사들에게 묻고 싶어요. 당신 부모라도 그렇게 하겠느냐고요."


새파랗게 맑은 날이었다. 지난 1일 낮 경기 용인시 백암면에 있는 샘물 호스피스병원에서 만난 원 목사는 쾌활한 달변가였다. 흰 외벽에 붉은 기와를 얹은 샘물 호스피스병원은 언뜻 지중해풍 리조트 건물처럼 보였다. 공식 직함이 샘물호스피스선교회 회장인 원 목사는 "호스피스(hospice)에는 호텔이란 뜻도 있으니까 마지막에 편안하게 호텔처럼 머물다 가시라고 그렇게 지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호스피스를 개척한 샘물 호스피스를 비롯해 현재 전국 60개 호스피스가 운영되고 있다. 원주희 목사는 “우리 인구 규모에는 호스피스 2500병상 정도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1000병상 정도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특히 독일에 있는 파독 광부·간호사들을 위한 호스피스 시설은 정부가 직접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증축공사가 중단돼 있었는데 언제 완공됐습니까.
"돈이 없어서 중단됐다가 작년 9월 완공됐어요. 손봉호 교수(서울대 명예교수)님이 계시는 서울 영동교회에서 16억원을 후원해 주셔서 공사를 재개할 수 있었습니다. 호스피스 60병상, 에이즈 10병상 있던 것을 총 100병상까지 늘릴 수 있게 됐어요." 손봉호 교수는 샘물호스피스선교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요즘도 여기 들어오려고 대기하는 분이 많죠.
"오늘 현재 임종이 얼마 남지 않은 분이 16명, 좀 덜 급한 분이 105명, 총 121명이 기다리고 있어요."

샘물 호스피스 대기자가 많은 것은 이곳이 깨끗하고 친절하며 비용도 매우 저렴하기 때문이다. 샘물 호스피스에 하루 머무는 비용은 2만원에 불과하다. 환자가 의료보험 본인부담금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이 금액에 병실료와 각종 약값이 포함돼 있고, 생필품과 식사도 무료로 제공된다. 환자 가족도 무료로 식사를 할 수 있다. 호스피스 보험 수가가 오르기 전인 작년 7월까지는 하루 1만2000원이었다.


―그렇게 저렴하게 받는 이유는 뭡니까?
"저희는 처음에 무료 봉사활동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의사·간호사를 두고 의료행위를 하면서 무료로 할 수 없게 됐어요. 본인부담금을 법적으로 받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금액만 받는 겁니다."


―나머지 비용은 어떻게 충당합니까.
"전액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지요. 제가 외부 강의 나가서 벌어들이는 소득도 일단 선교회 수입으로 귀속시킵니다. 1993년 샘물 호스피스가 문을 연 뒤로 23년간 쓴 돈이 총 500억원 정도 됩니다. 이 중 대부분이 후원금입니다. 지금도 빚이 9억5000만원쯤 있습니다. 이런 내역은 전부 저희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어요." 부족한 인력은 자원봉사자로 충당된다. 그간 샘물 호스피스에서 자원봉사 교육을 받은 사람은 총 1만8000명이 넘는다.


―종합병원 호스피스 병동이나 어떤 요양병원은 무척 비싸다고 하던데요.
"그런 곳들은 비급여, 병실료 차액, 치료비까지 다 받지요. 유명 요양병원의 경우 간병인을 두지 않으면 월 450만원, 간병인 두면 600만~700만원 정도 들어요."


―덜 받고 허덕이는 것보다는 조금 더 받고 건실하게 운영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죽음이라는 위기를 맞은 사람들이 돈 때문에 차별대우 받아서는 안 됩니다. 인간에게 가장 공평한 것은 죽음입니다. 돈 있다고 거들먹거리지 않고 돈 없다고 비굴해지지 말고 죽음 앞에서 우리 모두 공평하자는 거죠."

샘물 호스피스에는 1인실부터 3인실까지 병실이 있다. 어떤 병실에 있더라도 비용은 하루 2만원으로 똑같다. 원 목사는 "임종을 목전에 둔 1인실,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분들은 2인실이나 3인실로 배정해요. 돈으로 차별하지 않고 증상에 따라 구분하는 거죠. 이게 인간적이고 공평한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중앙대 약학과를 졸업한 원 목사가 종교의 힘을 감지한 것은 ROTC로 복무하던 군 시절이었다. 판문점 의무장교로 근무하던 1976년 8·18 도끼만행사건이 일어났다. 대낮에 미군 장교 2명이 북한군에게 도끼로 살해당한 사건이었다. 그는 운전병이 몰던 앰뷸런스를 타고 가다가 차가 전복되는 사고도 겪었다.


"그런 사건들을 겪고 난 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수시로 찾아왔어요.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운동을 하다가 고관절이 파열됐어요. 어떤 약으로도 해결 못하는 통증이 왔는데 군종 사병들이 와서 기도하고 찬송가를 불러줬습니다. 고통과 두려움이 평안으로 바뀌더라고요. 그때 아, 약이 전부가 아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원주희 목사는 “말기 암 환자를 놓아주지 않고 약으로 고문하는 것은 쓸데없는 죄책감 때문”이라고 했다. 오히려 통증 조절만 하면서 손을 잡아주는 것이 끝까지 ‘좋은 삶’을 살게 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샘물 호스피스에서는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7시 예배를 드린다. 참석 여부는 환자가 알아서 결정한다. 원 목사는 "기독교인이 아닌 분들도 여기 와서 기도하고 찬송하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한다. 인간 누구에게나 종교성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역 후엔 약국을 개업했다면서요.
"영등포에 신세광약국이라고 꽤 큰 약국을 인수해서 잘 운영했지요. 돈을 셀 시간도 없어서 퇴근해서 집에다 돈 갖다놓고 아침에 또 출근하고 하다가 폐결핵에 걸렸어요. 의학과 약학, 간호학이 죽음 앞에서는 꼼짝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는 걸 깨달았죠. 그때 아, 돈 벌다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죽음이 인간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 호스피스를 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겼습니다."

그는 36세에 신학대에 진학해 42세에 목사 안수를 받았다. 이후 서울 고덕동 한영고등학교 빈 교실을 빌려 한영교회라는 개척교회를 시작했다. 그때 영세민들에게 무료로 약을 지어준 샘물약국이 지금의 샘물 호스피스 전신이 됐다.


―약사로 폐결핵에 걸리면서 돈에 대한 목표는 포기한 겁니까.
"그렇죠. 죽음이라는 틀로 인생을 봐야 한다, 죽음을 늘 생각해야 인생에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도 저희 병원 직원들에게 우리는 돈 벌려는 게 아니다. 그런 사람은 가도 좋다. 다만 굶어 죽지는 않게 해주겠다고 말합니다."


“냉동시설이 없어 시신을 방에 안치했다가 고속도로 휴게소에 싣고 나가 앰뷸런스로 옮겨 실었다”고 했다.1993년 11월 경기 용인시 가창리에 있던 농가 하나를 무상으로 임차해 샘물 호스피스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했다. 사람들은 원 목사를 가리켜 "시신과 장기를 팔아먹는다더라" "암 환자들이 목욕한 물이 논에 흘러들어 그 논 곡식을 먹으면 암에 걸린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사(師·士) 자 직업 네 개를 그때 얻었다면서요.
"네. 제가 약사, 목사, 대형버스 기사, 장의사 이렇게 사 자 직업만 네 개 갖고 있습니다. 그때 밤마다 지붕에서 쥐가 마라톤을 하는 흙집에 살면서 시신을 들것에 들고 다녔어요. 냉동시설이 없어서 가족이 올 때까지 시신을 제 방에 모시고 있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영구차를 못 들어오게 해서 승합차에 시신을 싣고 고속도로 휴게소에 나가 앰뷸런스에 시신을 인계하기도 했죠. 그때 아예 승합차를 영구차로 개조했더니 이번엔 장의차 업자들이 영업행위 한다고 항의를 해요. 그래서 아예 장의차 등록을 했죠. 그래서 장의사까지 겸하고 있습니다. 하하."


가창리에 있던 샘물 호스피스는 1996년 인근 근창리에 땅 1000평을 마련해 기공식까지 치렀으나 다시 격렬한 주민 반대에 부딪혔다. 원 목사는 "절대 못 나간다. 정 내보내려거든 적당한 땅을 알선해달라. 그쪽으로 가겠다"고 버텼다. 주민들은 지금의 고안리 땅 1500평을 알선했고, 원 목사는 근창리 땅 1000평과 고안리 땅 1500평을 맞바꾸는 방식으로 지금의 부지를 택했다. 고안리 부지 뒤편에 한 문중 묘소가 있어서 팔리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우리를 쫓아낸 동네에서 지금은 배 아파한답니다. 샘물이 커지면서 고안리가 좋은 마을이 됐고 백암면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있거든요. 방문자도 많고 택시 영업도 잘되고요."


현재 샘물 호스피스 부지는 총 7500평으로 늘었다. 원래 부지 근처 6000평을 갖고 있던 땅 주인이 "병원 옆에 공장을 지을 예정인데 그럼 병원에 타격이 있지 않겠느냐"며 은근히 압박한 것이다. 원 목사는 "하도 싼 땅이어서 사들였는데 장애인 시설과 에이즈 병동을 더 지을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 23년간 샘물 호스피스를 거쳐간 말기암 환자는 지난 1월 말 현재 총 7946명이다. 이 가운데 6889명이 이곳에서 임종했고 그 모든 마지막 순간에 원 목사가 있었다. 그 가운데는 원 목사의 손위 처남도 있었다. 원 목사는 "마지막에 멋있게 떠나셨어요. 나 이제 천국 가는데 기쁘게 보내달라고 해서 다들 찬송가 부르는 가운데 가셨지요. 그 부인도 암 환자였는데 완치돼서 여기서 35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사 자 직업만 네 개"


―호스피스와 요양원은 어떻게 다릅니까.
"우리 인생 무대가 웰빙(well-being) 무대, 웰에이징(well-aging) 무대, 웰다잉(well-dying) 무대로 나뉩니다. 요양병원은 웰에이징이고 호스피스는 웰다잉이에요. 그런데 일부 요양병원은 사명감이 아니라 장삿속으로 해요. 조폭들이 환자 데려다 주고 돈 받고 하는 일이 생기잖아요. 미국 요양병원들이 호스피스까지 하면서 그렇게 됐어요. 환자 쟁탈전이 벌어진 거죠. 호스피스는 길어야 6개월 머무르다 갑니다. 요양병원은 3년, 5년까지 있거든요. 호스피스는 단기적으로 죽음을 돌봐주는 곳입니다."


―그래서 호스피스에 간다면 죽으러 간다고 하는 건가요.
"잘못 알고 있는 겁니다. 무의미한 치료행위를 하지 않는 거죠. 통증 조절만 해 줍니다. 통증 조절이 되면 아무것도 못 먹던 사람이 죽을 먹어요. 하루를 살다 가도 제대로 살다 가야지 죽을 날만 기다리는 건 안 됩니다."


―혹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소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런 경우는 없어요. 말기 진단을 받으면 병원 치료가 더 빨리 문제를 일으킵니다. 저항력을 떨어뜨리거든요. 저희 큰누님이 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돌아가셨어요. 제가 가서 보니까 임종 단계예요. 그런데도 투석하고 혈액을 돌려요. 그래서 제가 의사에게 이거 할 필요 없지 않으냐 했더니 중환자실에서는 안 할 수 없대요. 안 하면 위에서 지적한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심폐소생술을 해요. 40분씩 세 번을 합니다. 그래도 안 깨어나면 사망선고를 내려요. 이미 죽은 사람한테 투석하고 심폐소생술 하는 거예요."


―왜 그렇게 하는 겁니까.
"우리나라 의학이 치료 중심 의학이기 때문이에요. 치료가 안 되는 환자에 대한 케어(care) 중심 의학을 배우지 못한 거죠. Medical care of dying process라고, 죽어가는 과정에서의 의학적 케어는 달라요. 죽어가는 사람에게 피가 부족하면 우리 의학으로는 무조건 피를 더 넣어요. 그런데 그런 사람은 부종이 생기고 숨이 차고 더 고통스러워요. 남의 피가 들어가니까요. 그럴 때 의사가 이 환자는 더 이상 수혈하면 안 됩니다라고 해줘야 하거든요."


―그렇게 하면 환자 가족들이 반발하지 않을까요.
"그렇겠죠. 그래도 의사가 설득해야 합니다. 선택은 본인들이 하지만 정보는 줘야 해요. 수술 안 하면 죽습니다 하지 말고 수술했을 때와 안 했을 때의 장단점을 각각 설명해야 하는 거죠."


―임종 직전 환자를 상대로 병원이 장사를 한다는 겁니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만 가족들이 반발하니까 설득할 자신이 없는 거죠. 예전에 국립암센터에 국회의원 부인이 말기암으로 입원했는데 의사가 몇 개월 만에 떠나실 겁니다 했더니 국회의원이 의사 멱살을 잡고 때린 일도 있었어요."


―의사들만의 잘못은 아니군요.
"그렇죠.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과 환경이 그래요. 죽으면 끝이다, 절대로 죽으면 안 된다 그런 의식 말이죠. 죽으면 끝이고 개가 되거나 소가 될 수도 있다고 가르치잖아요. 그런 것보다는 수학자 파스칼이 말한 것처럼 천국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확률적으로 좋죠. 가봐서 천국이 없으면 손해볼 것 없고 있으면 좋고. 그렇지 않나요? 우리 사회가 이렇게 험하고 악한 것이, 죽으면 끝이라는 관념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중환자실에 있다가 샘물호스피스로 온 말기암 환자들은 더 이상 물리·화학적 치료를 하지 않고 통증 조절만 한다. 눈에 띄게 좋아져서 임종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가 안아주는 것이 원주희 목사의 일이다(왼쪽). 1980년대 초 서울 영등포에서 약국을 운영하던 때의 원 목사.


기독교적 죽음을 한국 교회가 막고 있다
원 목사는 저서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에서 "그런 기독교적 죽음관을 갖는 것을 한국 교회가 방해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교회들이 웰빙 목회만 해요. 기도만 하면 산다고 하죠. 기복주의, 현세주의적으로 기독교가 변질됐어요. 여기 와서도 꼭 자기 교회 가서 예배드리겠다는 분이 있어요. 어떤 교회, 어떤 목사, 어떤 의식을 해야만 살 수 있다고 믿는 건 미신입니다. 기독교가 그렇게 미신화, 무당화돼 있다는 겁니다."


―주류 기독교에서 목사님을 싫어하겠는데요.
"상관없어요. 무당 종교처럼 그렇게 사람 끌어모으고 하는 게 잘못이라는데 싫어하겠죠. 나야 여기 산골짜기에 있으니까 상관없어요."


원 목사는 "우리는 죽음에 대해 모르는 게 세 가지, 아는 게 세 가지"라고 설파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는 것이 모르는 것 세 가지이다. 아는 것 세 가지는 "누구나 죽고, 혼자 죽고, 죽는 순서가 없다"는 것이다.


"빈손으로 죽는다는 것도 우리가 죽음에 대해 아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의(壽衣)에 주머니가 없는 거예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수의에다 복주머니를 달고 돈을 넣죠. 그러면 화장장에서 인부들이 슬쩍 빼요. 장의차 몰고 다닐 때 그런 사람들과 많이 싸웠어요. 그런데 유족들은 안 싸워요. 돌아가신 분이 귀신이 돼서 화를 미칠까봐 그런대요. 우리가 그만큼 죽음의 노예입니다. 제 책도 죽음, 알면 이긴다라는 제목으로 내놨더니 하나도 안 팔려요.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했더니 팔리더라고요. 하하하."


―아툴 가완디는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좋은 죽음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을 사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어제도 여기서 한 분이 돌아가셨어요. 제가 보니까 딱 임종 앞둔 호흡이에요. 그래서 가족에게 이제 곧 돌아가십니다. 준비하세요 했더니 놀라서 언제요? 합니다. 곧 떠납니다. 하고 싶은 말씀 다 하세요. 다 알아듣습니다 했죠. 그리고 두 시간 뒤에 떠나셨어요. 그 아드님이 와서 이렇게 마지막까지 준비를 잘하게 해 줘서 정말 고맙다며 50만원을 기부했어요. 임종하실 분을 중환자실에 가둬놓는 게 과연 좋은 일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죽음 가르쳐야


―죽음에 대한 교육을 어떻게 바꿔야 합니까.
"어렸을 때부터 해야 돼요. 우리 손자 손녀들 이제 열 살 안팎인데 저는 벌써 가르쳐요. 아빠 따라 미국 가면 할아버지 못 만날 수 있어. 그럼 천국에서 만나 이런 식으로 가르치죠. 저는 호스피스 시작하면서 유언장을 써서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아놓고 이렇게 지갑에 요약본을 갖고 다녀요.(그는 지갑에서 비닐봉투에 밀봉된 유언장 요약본을 꺼냈다.) 비닐봉투에 담은 이유는 물에 빠져 죽을까봐. 하하하. 우리 딸들도 중학교 때부터 유언장 썼어요. 제가 떠나가면 장난감은 누구 주고 식으로 썼는데 지금도 잘 살죠. 죽음은 그렇게 정면돌파해야 돼요."


원 목사의 큰딸(38)은 15년 전쯤 큰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 원 목사는 "자동차가 크게 부서졌고 사람은 실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아, 딸이 먼저 가는구나 하고 마음을 굳게 먹고 병원에 갔다. 그런데 병원에서 딸이 "아빠!" 하고 반겼다. 원 목사는 내가 딸의 죽음을 너무 많이 준비했구나 생각했다며 웃었다고 책에 썼다.


"유언을 남기고 가면 남은 분들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됩니다. 어떤 분이 여기서 돌아가시기 직전에 고맙다, 애썼다, 사랑한다 딱 세 마디만 남기고 갔는데도 그 부인이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그런 말도 남기지 못하고 돌아가는 분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외국 묘지에 가면 라틴어로 호디에 미히, 크라스 티비(Hodie Mihi, Cras Tibi)라고 써 있습니다. 오늘은 나, 내일은 너라는 뜻이죠. 누구나 부정하고 싶겠지만 내 차례가 오고야 마는 겁니다. 그래서 내일의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겁니다."


그와 헤어지며 유언장을 쓰기로 결심했다. 오랫동안 모아온 책과 음반들을 누구에게 물려줄까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베풀지 않았는데 베푼 것 같은 포만감이 들었다.

[한현우 기자 hw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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