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다녀온 사람은 유격훈련에 넌더리를 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훈련 중에는 체력을 기르고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실시하는 다양한 체조가 있다. 이 체조들은 특정동작을 반복하게 함으로써 견디기 힘든 고통을 안긴다. 피하기 힘든 세금이 그런 것처럼!

 

단체로 통나무를 들어 올리는 체조도 있다. 일명 '목봉체조'다. 통나무는 전원이 한 마음으로 힘을 모을 때 보다 수월하게 들어 올려진다. 목봉체조는 영화 '실미도'에서 북파 공작원들을 단련시키는 장면에도 나온다. 일렬로 늘어선 공작원들이 아름드리 통나무를 두 팔로 안고 교관의 구호에 따라 바닥에서 머리위로 일사불란하게 들어 올린다. 교관은 연대책임을 강조하며 누군가 힘을 더 쓰면 동료가 덜 힘들게 되고 반대의 경우 동료가 더 힘들어 진다며 훈련생들에게 협동심과 희생정신을 발휘할 것을 주문한다.

 

여기서 교관을 국세청, 훈련생은 납세자 그리고 목봉을 고지세금으로 대체해보면 연대납세의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이 제도는 납세자 중 일인이 고지액 전부를 책임질 수도 있고 특정인을 면책할 수도 있다. 각자의 형편에 따라 혹은 상호간 협의 여하에 따라 부담액을 조정할 수가 있는 것이다.

 

법적으로 연대책임이란 여러 명이 책임의 전부를 제각각 부담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기관에서 1억원을 빌린 4명의 가족에게 연대책임이 있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이 경우 가족 중 1인이 1억원 전부 혹은 일부를 상환하였다면 나머지 가족은 상환한 금액만큼은 책임에서 벗어나게 된다. 상속세의 연대납세의무에는 민법상 연대채무 규정이 준용된다. 그 결과 어느 상속인이 자신의 상속재산으로 상속세 전액을 납부하였다면 다른 연대납세의무자에 대하여 각각의 부담부분에 관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상속인은 상속재산 중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을 한도로 하여 상속세를 연대하여 납부할 의무가 있다. 이 부분을 초과하여 상속세를 납부하게 되면 상속인 간에 증여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과세관청은 연대납세의무 범위내에서는 공동상속인 누구에게나 상속세를 징수할 수 있다.

 

상속인들이 연대납세의무를 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속인은 상속재산을 공유한다고 본다. 상속세는 피상속인의 유산에 관하여 납부할 세금이다.  따라서 상속세는 상속인이 연대하여 납부하는 것이 합당하다 여긴다. 물론 그 바탕에는 인적보증 효과라는 불편한 진실이 깔려 있다. 이러한 연대책임 제도를 씨름판의 뒤집기 기술처럼 상대방의 힘을 역이용하여 뒤집어 보면 상속세를 절감할 여지가 생긴다.

 

상속세 계산 시 배우자상속공제액은 최대 30억원까지 가능하다. 상속재산을 형성함에 있어 배우자의 기여분을 배려하고 생존 배우자의 잔여 생존기간에 필요한 재원을 최대한 확보해 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예컨대, 배우자에게 현금성 자산을 최대한 배분하여 배우자상속공제를 통해 1차로 상속세를 줄인다. 이어 배우자가 상속세 고지액을 본인에게 배분된 상속재산 범위 내에서 납부하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자녀들이 배분받은 재산을 온전히 지킬 수 있다. 또한 그 배우자가 사망 시에 납부해야 하는 상속세를 줄일 수 있다.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는 것이다. 배우자상속공제를 적용 받으려면 상속재산 분할 기한 내에 상속재산을 분할해야 한다.

 

[조세일보] 정찬우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