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공개 세무법정' 열겠다는데...고리무는 '의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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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작성일 18-06-18 09:21 조회11,709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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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과세처분의 잘잘못을 가리는 '국세심사위원회' 심의 과정이 사상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된다. '정보공개'라는 단어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표출하는 국세청이 국세심사위원회 공개라는 카드를 내놓은 것은 납세자 권리구제 절차의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7일 국세청에 따르면 국세청은 6월말 국세심사위원회 실제 회의 진행 모습을 일반 국민들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다만 극히 제한적인 참관인들에게 참관을 허용할 방침이다. 현재 국세심사위원회를 비롯해 조세심판관회의(조세심판청구), 지방세심의위원회 등 조세불복에 대한 심의 과정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위원회의 심의·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사건처리 절차가 처음부터 끝까지 비공개로 이루어지다 보니 '깜깜이 심의'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납세자로서는 불복한 사안이 기각(패소) 판정을 받더라도 그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투명성 결여'는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이에 국세청의 국세심사위원회 회의 공개 결정은 납세자 권리구제 절차의 투명성 강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국세심사위원회 회의 과정을 외부에 공개될 경우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납세자 개인정보 보호 침해 문제 등을 없애기 위해 국세청이 정한 회의 공개 절차 등에 대해 의구심을 표출하는 목소리들이 흘러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시 공개 세무법정' 참고하기는 한다만...
국세청의 국세심사위원회 공개 방침은 지방세 불복사건을 공개 심의하는 서울시의 '공개 세무법정'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서울시 공개 세무법정은 납세자가 지방세심의위원회에 제기한 이의 신청 과정에서 서면진술이 부족하다고 느낄 경우, 납세자 본인이 직접 입장을 변론할 수 있도록 지난 2008년 도입한 지방세 권리구제 제도다. 일반 국민들도 별도의 신청 없이 참관할 수 있어 개인정보 유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부분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서울시는 개인정보를 'OOO'으로 처리하는 한편 참관인들에겐 상정된 안건 내용을 인지할 수 있을 정도의 에이포(A4) 용지 한 장 분량의 설명서만 공개하고 있다.
공개 세무법정 안건으로 상정되기 위해서는 납세자의 동의가 필요하기에 부분적인 납세자 개인정보 노출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고 볼 수 있고, 납세자가 의견진술 과정을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고 싶을 경우 비공개 요청할 수도 있어 개인정보 침해 논란은 더이상 문제 되지 않았다. 국세청도 이를 감안해 국세심사위원회에서 공개되는 과세정보를 'OOO' 등으로 처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납세자의 이름(법인이면 회사명)의 경우 익명·가명으로 쓴다는 것이다. 아울러 서울시 세무법정과 마찬가지로 안건에 대한 국세심사위원들의 질의 응답 등 토론 과정을 공개하되, 심사결정과 관련한 내용들은 비공개하며 최종 결과는 수 일 내로 해당 납세자와 참관인들에게 서면 통보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회의 과정이 공개되려면 납세자의 사전 동의가 필요한데, 납세자의 수용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공개 방침만 무턱대고 결정지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국세심사위원회를 공개하는 등 나름대로 큰 결단을 내려놓고도 정작 대내외 홍보에는 소극적은 태도로 일관하는 것도 회의 공개 결정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공개 방침 확정 이후 현재까지(6월7일) 공개 대상 안건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언제 어떻게 진행되는지, 참관인 모집(일반 국민 대상 공개 모집) 등 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또한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자칫 공개 대상 안건의 부재로 사상 첫 공개 세무법정이 무산되거나 참관인들이 없는 '무늬만 공개 세무법정'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세일보] 강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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