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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잔치? 인사청탁?…김영란법에 확 바뀐 세무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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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작성일 16-11-23 09:53 조회12,18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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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잔치? 인사청탁?…김영란법에 확 바뀐 세무서 풍경
[조세일보] 류성철, 박지환, 박병수 기자 


#. 서울 소재 한 일선 세무서에 근무하는 A조사관은 최근 위약금을 물어가며 첫 아이의 돌잔치를 취소했다. 지난달 말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인해 도저히 돌진치를 열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조사관은 "동료직원들이 경조사 등에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분위기 속에 동료들을 초대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 생각해 가족 모임 형태로 조졸하게 돌잔치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체, 얼마를 넣어야 되는거야? =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해 국세청 조직 내 경조사 문화도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사회에 일대변혁을 예고한 김영란법이 국세청에도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국세청 직원들은 자녀의 돌잔치를 가족행사로 대체하거나 취소하는 것은 물론 외부인과의 접촉 등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다. 실제 국세청 내부인트라넷에 결혼식, 장례식 등과 더불어 종종 올라왔던 돌잔치 초대글이 최근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전언이다.

"조금만 빨리하지", "난 아직 미혼인데 지금까지 낸 돈은 못 받겠네" 등 경조사와 관련한 이야기도 곳곳에서 들려온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돌잔치는 김영란법에서 규정하는 경조사에 해당이 되지 않는다. 김영란법은 경조사의 범위를 결혼과 사망에 한정하고 있기 때문.

즉 돌잔치는 경조사비 허용액 기준인 10만원이 아니라 선물 5만원 기준이 적용, 그만큼 금액 한도가 빡빡하다는 이야기다. 돌잔치 뿐 아니라 회갑잡치, 생일파티, 승진축하 자리, 집들이 등도 모조리 5만원 한도에 걸린다.

국세청 내부에서는 공직자 신분으로 경조사가 아닌 행사까지 다니기에는 부담이 되고 여기에 경제적인 부분까지 고려하면 앞으로 돌잔치 등 각종 경조사는 계속해서 사라질 것이라는 분위기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란파라치 무서워…부서 조직도, 사진이 사라졌어요


◆…"바뀐 일선세무서 조직도" = 란파라치로 인해 직원들의 얼굴이 포함되어 있던 조직도 대신 텍스트만 표기된 조직도가 자리를 대체했다.

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신고포상금을 노리는 이른바 란파라치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이야기가 언론보도 등을 통해 퍼지자, 자신의 신분을 감추려는 직원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일선 세무서는 각 과 출입문 바로 옆에 붙어있던 조직도에서 직원 사진을 모두 제거했다. 란파라치가 공무원 조직도에 붙어있는 사진을 찍어 나중에 대조용으로 사용한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미 란파라치들이 세무서에서 조직도를 찍다 세무서 직원에게 적발됐다는 소문도 여기저기 퍼졌다.

한 일선 직원은 "란파라치에 대한 소문 때문에 조직도에 있던 직원 사진은 없앴지만 조직도 전체를 떼는 것는 과잉대응이라고 생각해 이름만 적혀있는 조직도는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란파라치의 눈을 피하기 위해 점심식사는 가급적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저녁약속은 아예 잡지 않는 직원도 크게 늘었다는 전언이다.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가끔 찾던(?) 스크린 골프장엔 아예 얼씬도 하지 않게 됐다는 이야기들도 나온다.

한 일선 세무서 직원은 "우리 세무서 구내식당의 경우 하루 식수는 보통 직원이 100식, 인근주민이 40식 정도 됐는데 최근 점심 식사 인원이 20명 이상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일선 세무서 과장은 "김영란 법을 두고 말이 참 많았다. 요즘은 최대한 조심하는 분위기"라며 "당분간 외부인과는 식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른 일선 과장은 "미풍양속을 해칠 정도로 너무 사회가 각박해져 힘들다"면서도 "일단은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어 이에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한 일선 세무서 인근 스크린 골프장 간판.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종종 찾았지만 최근에는 아예 발길을 끊었다는 전언이다.

지긋지긋한 인사청탁…"이제 신고 들어갑니다"

납세자와의 소통 단절, 만남 자체를 꺼리는 각박한 환경 등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직원도 있었지만 일각에선 정정당당한 조직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전관(前官) 출신 세무대리인의 청탁, 승진 또는 전보인사에서의 로비 등 각종 부조리로 인해 피해를 본 직원들은 김영란법으로 인해 국세청 내에 공정한 시스템이 정착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 일선 세무서 관계자는 "종전엔 고위직들의 전화 한 통이 인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하지만 이제 이런 꼼수를 쓰는 직원보다는 묵묵히 제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많이 승진하는 길이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일선 직원은 "김영란법으로 인해 인사청탁을 하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이제는 인사청탁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은 사람이 얼마든지 윗사람과 동료들을 신고할 수 있는 구조가 정착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 일선 직원은 "알게 모르게 있어온 국세청 출신 전관들의 요구도 이제 부담 없이 거절할 수 있게 됐다"며 "우리 세대까지는 돈 있고 빽있는 사람들이 득세하는 시대였지만 우리 자식들에게는 그런 세상을 주면 안 되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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