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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복이야기] 상속세 결정의 후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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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작성일 11-02-18 16:50 조회9,57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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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복이야기] 상속세 결정의 후진성


국세청, 상속세 없다고 결정…몇년후 계산잘못, 가산세까지 내라

심판원, "법이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세금 내세요"

상속인은 피상속인이 사망하면 6개월 내에 상속세를 신고하고 세금도 내야 합니다. 납세의무자가 신고하면 세금이 결정되는 일반 세목과 달리, 상속세는 상속인이 신고했다고 세금이 결정되지 않습니다.

국세청이 신고기한으로부터 6개월 내에 납세자가 신고한 내용에 빠진 것이 있거나 잘못된 것이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내야 할 최종 세금이 결정됩니다.

상속인이 적법한 금액보다 상속세를 적게 신고하거나 납부하고, 이 것이 국세청의 확인과정에서 밝혀지면 상속인은 상속세는 물론 가산세까지 물어야 합니다. 따라서 당초 신고, 납부할 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제대로 신고해야 합니다.

특히, 국세청이 확인과정을 거쳐 세금을 결정했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추후 상속받은 재산이 추가로 밝혀지는 등 변경사항이 생기면 국세청은 상속세를 다시 계산해서 세금을 더 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만약 국세청 확인과정에서 세무공무원이 상속세 계산식을 잘못 적용해, 세금이 적게 결정됐고, 또 세금납부도 모두 이루어진 후, 나중에 잘못된 계산식으로 인해 세금을 적게 냈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아쉽게도 법은 납세자보다는 국가의 편입니다.

세무공무원이 세금을 잘못 계산한 것이 밝혀져 상속세에 가산세까지 부담한 한 납세자의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란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 "국세청이 실수했는데 가산세 너무 한 거 아닙니까"= 25일 조세심판원에 따르면 납세자 A씨의 부친은 2005년 4월 사망했고 A씨 가족은 같은 해 10월 낼 세금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 상속세를 신고했습니다.

국세청은 이에 A씨 가족이 신고한 내용에 대해 확인작업을 벌였습니다. 이 과정에 국세청은 A씨의 부친이 사망하기 한 달 전에 A씨 가족에게 5억5000만원을 증여한 사실을 밝혀내 증여세 8000만원을 추징했습니다.

국세청은 다만 상속세는 더 낼 것이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A씨 가족은 증여세를 내라는 국세청 부과처분에 반발, 2006년 10월 심판원에 불복을 제기했지만 기각결정을 받고 고스란히 세금을 냈습니다.

과세불복에서 보기 좋게 깨진 A씨 가족에게 또 다른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부친이 사망한지 3년이 지나고, 증여세 심판청구에서 패소한 충격이 가물가물해질 무렵인 지난 2008년 A씨 가족에게 들이닥쳤습니다.

국세청이 A씨 가족에게 납부불성실가산세 600만원을 포함한 상속세 2600만원을 내라는 통보를 해 온 것입니다. A씨는 당장 무슨 이유로 세금을 더 내라고 하는 것인지 국세청에 따졌습니다. 그런데 납세자 입장에서는 매우 황당할 수밖에 없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당초에 담당공무원이 세금계산을 잘못해서 상속세가 없는 것으로 결정했는데, 내부감사를 해서 다시 계산해 보니 상속세 납부분이 발생했고 이에 납부불성실가산세까지 더해서 내는 게 합당하다"는 것이 국세청의 답변이었습니다.

국세청이 확인까지 해서 상속세로 낼 세금이 없다고 결정해 놓고선 수 년이 지나 납부불성실가산세까지 내라고 하니 A씨로서는 말문이 막힐 일이었습니다. 상속받은 재산을 몰래 숨겨놨다가 국세청한테 들켜서 이렇게 됐다면 억울하지 않았겠지만 국세청이 계산을 잘못했기 때문에 A씨는 억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A씨 가족은 다시 한번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습니다. A씨는 "국세청이 세금계산을 잘못해서 상속세가 없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아무 잘못도 없는 나한테 납부불성실가산세까지 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니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국세청은 "세금부과권은 세금을 구체적으로 확정지을 수 있는 국가의 권리인데, 부과권을 행사할 때는 납세자의 뜻은 생각할 필요는 없다"며 "납부불성실가산세까지 내라고 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 심판원, "법이 그런데 어쩌겠습니까...세금 내세요"= 심판원도 A씨의 주장을 들어 주지 못했습니다.

심판원은 결정문(조심 2009서507, 2009.4.16)에서 "세법상 가산세는 납세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법에 규정된 각종 의무를 어긴 경우에 가해지는 행정상의 제재"라며 "납세자의 고의나 과실은 고려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심판원은 이어 "납세자가 정당한 이유가 있어 법에 정한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경우에 한해 가산세는 부과할 수 없는 것"이라며 국세청을 감쌌습니다.

□ 문제 있어 보이는 현행 규정= 납부불성실가산세는 가산세부담기간(납부기한 다음날부터 납세고지일 또는 자진납부일)동안 하루에 덜 낸 세금의 0.03%만큼 납세자가 부담하는 것인데, 구조상 국세청이 납세고지를 늦게 하면 할수록 그 만큼 액수가 불어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A씨의 경우 납세고지가 늦어진 이유는 국세청의 계산실수 때문이었습니다.

국세청 실수 때문에 불어난 가산세까지 납세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물론 국세청 입장에서는 A씨가 처음부터 신고를 제대로 했더라면 납부불성실가산세를 물지 않았을 것이라 주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A씨가 신고를 제대로 못한 책임은 납부기한의 다음날부터 국세청 확인과정을 거쳐 세금이 결정될 때까지의 기간에 대한 납부불성실가산세만 부담하는 것으로 충분해 보입니다.

이후 상속받은 재산이 추가로 밝혀지는 것 없이 국세청이 계산을 잘못 해서 세금이 늘어나게 된다면, 늘어난 세금만 납세자가 부담해야지 가산세까지 내도록 하는 현행 세법은 납세자에게 행정기관의 실수를 떠넘기는 것이나 다름없어 보입니다.

관련세법의 개정을 통해 A씨의 경우처럼 행정기관의(국세청) 실수로 인해 눈덩이 가산세까지 떠 안는 억울한 납세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할 것 같습니다.


2009년 5월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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