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오 영감'의 절규… "애들에게 모든 것 줬는데, 단 한 시간도 안 주는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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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작성일 22-05-09 09:22 조회3,101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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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자산이전 설계가 필요한 이유
고리오는 생전 분신 같은 두 딸에 전 재산 증여
늙고 병들자 외면하는 딸들에 절망
"내 새끼들이 우아하게 차려 입으면 나는 무슨 옷을 입었건 상관이 없네. 그들이 따듯하면 나는 춥지 않으며 그들이 웃으면 나는 결코 슬프지 않다오."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에 큰 족적을 남긴 오노레 드 발자끄 (Honoré de Balzac, 1799~1850)의 소설 고리오 영감(Le Père Goriot)에 나오는 말이다. 제면업으로 큰 돈을 번 고리오는 아내가 일찍 세상을 떠난 후 남겨진 두 딸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요즘말로 딸 바보이다. 그는 두 딸을 남부럽지 않게 교육시켰고 파리 귀족 집안에 결혼시키면서 평생 모은 재산의 대부분을 지참금으로 주었다. 반면 자신은 파리 뒷골목의 누추한 하숙집에서 연금으로 생활한다.
가난해진 아버지를 창피해하는 두 딸은 허영심으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은 아버지가 물려준 재산을 파리 사교계에 어울리는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의복과 액세서리를 구입하는데 탕진한다. 때때로 모자란 비용은 고리오 영감에게 받아낸다. 고리오 영감은 마지막 남은 재산인 은쟁반을 팔고 종신연금마저 저당 잡혀 딸들에게 보낸다. 그들은 돈이 필요할 때만 아버지를 찾는다. 정작 고리오 영감이 지병으로 생사를 넘나들 때, 큰 딸은 남편과의 다툼을 이유로, 작은 딸은 무도회에 참석해야 한다는 핑계로 나타나지 않는다. 심지어 장례식에도 오지 않는데...
하버드대 연구진(캐서린 듀락)에 따르면, "새끼가 없는 총각 수컷들은 어린 생쥐들을 공격하지만, 새끼가 있는 수컷은 부모로서 양육을 제공한다"고 한다. 새끼가 있는 쥐의 뇌 시상하부에는 갈라닌이란 물질이 발현된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이들은 쥐와 같은 포유류인 인간의 뇌에도 이와 같은 자녀 돌봄 유전자가 각인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한 유전자의 영향으로 인간은 자식에게 모든 것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다고 여기는 듯하다.
개인의 부가 점증적으로 늘어나고 자산가치가 인플레 되면서 세대간 자산이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현재 대략 10억원 내외의 자산을 가지고 있으면 상속세가 부과될 수 있다. 상속세 최고세율이 50%이니 유산상속 시 국가와 후손이 대략 절반씩 나눠 가지게 된다고 본다. 부모의 주된 고민거리는 적당한 자산이전 시기이다. 누군가는 죽는 순간까지 부모가 재산을 쥐고 있어야 자녀들에게 홀대 당하지 않고 대접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른 증여 후 부모자식 간의 다툼사례는 흔하게 찾을 수 있다. 심지어 자녀에게 증여했던 재산을 돌려받겠다며 소송전에 뛰어 들기도 한다. 자녀에게 전 재산을 증여 후 빈털터리가 되었을 때 무시당하지나 않을지, 자녀가 수증 받은 재산을 탕진하지는 않을지, 열심히 살아가려는 동인을 잃어버리지나 않을지를 걱정한다. 가능한 자녀가 젊었을 때 자산이 이전되어야 사회 전체에 활력이 생길 수 있다. 노인이 된 자녀에게 자산이 이전되는 노노(老老)증여의 경우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그렇다고 고리오 영감의 두딸들처럼 사치와 허영에 들뜬 자녀에게 사전 증여를 할 수도 없다. 부모와 자식 모두에게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리오 영감은 딸들에게 모든 것을 넘겼다가 늙어 외면당한 리어 왕을 연상시킨다. 리어왕은 권력과 재산을 어떻게 자녀에게 이전할 것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고민 없이 넘기는 우를 범했다.
세익스피어는 젊은 자녀에게 세상을 다 넘겨 주지마라고 조언한다. 생명이 다한 시점에 이르러 고리오 영감은 한탄한다. "아! 내가 만일 부자이고 재산을 거머쥐고 있었다면, 딸년들은 지금 여기에 와 있겠지. 그 애들은 키스로 내 빰을 핥을 거야!" 고리오 영감은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현명한 자산이전 설계에 대한 고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조세일보] 정찬우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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