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게 판 집, 고가양도라고?…시장 현실 외면한 '황당 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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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작성일 22-06-13 09:52 조회2,741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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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주택가격(기준시가)이 시가 현실화율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시가보다 고가(高價)로 양도해 '이익의 증여가 있는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한 처분이 잘못됐다는 조세심판원의 결정이 나왔다.
A씨는 2020년 10월 다가구주택(대지·건물면적, 238㎡·315.36㎡) 1채를 자녀에게 팔았다. A씨의 주택은 '건물면적 660㎡·주택으로 쓰는 층수가 3개층 이하·19세대 이하여야 한다'는 조건을 갖춰 1세대 1주택 비과세 혜택 대상이었다. A씨는 양도가액 9억원을 초과한 분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신고·납부했다. 그런데 국세청은 거래 과정을 의심했다. 이듬해 7월 세무조사에 들어갔고, A씨의 주택이 시가보다 고가로 양도된 것으로 판단했다. 가족 간 양도거래를 정상적인 거래가 아닌 세법상 증여로 추정한 것이다(증여세 고지·양도세 환급).
A씨는 국세청의 과세처분이 부당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2018년 11월 폐암진단을 받아 항암 치료를 위한 병원비 등 생활자금을 마련하는 게 시급했다. 이때 보유하던 다가구주택을 처분하려 부동산사무소에 매물로 내놨으나, 대출이 제한되는 부동산대책 탓인지 2년여 넘게 팔리지 않았다. A씨는 자녀들에게 매수 의사를 물었고, 이 중 셋째 자녀와 그 가족이 주택을 사겠다고 밝혀 처분했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거래금액의 기준이 되는 게 시가다. 시가는 불특정 다수인끼리 자유롭게 거래하는 통상적으로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액을 말한다. 하지만 인근에서 A씨가 보유한 주택의 유사매매사례가액을 찾기가 어려웠다. A씨는 "해당 주택은 주택재개발정비사업 대상 지역내 있어, 개발 가능성으로 인해 실제 가치가 개별주택가격보다는 높을 것"이라고 판단하며, 2020년 대형평수로 거래된 단독주택(2채) 실거래가격(18~20억원)과 비교했다.
특히 A씨는 "해당주택의 시가는 적어도 개별주택가격을 초과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2020년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따르면, 공동주택의 현실화율은 표준주택 53.6%, 공동주택은 69.0%였다. A씨가 비교한 부동산의 개별주택가격은 매매가액의 41~49%에 불과했다고 한다. A씨는 "해당 다세대주택은 쟁점주택과 비교할 때 그 가치가 상대적으로 훨씬 높다"며 "이를 고려할 때 자녀로서는 그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 저에게 부를 무상이전하는 것보다 이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 사회통념상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처분청은 비교 부동산이 유사매매사례가액으로 볼 수 없다고 맞섰다. 양도가액 산정방식이 비합리적이라고 했다. 위치면에서 유사성이 없고(직선거리로 260~430㎡), 부동산의 건물구성이나 대지·건물면적도 달라 상속·증여세법상 인정되는 유사 물건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처분청은 "A씨가 임의적으로 선택한 부동산의 가액을 매매사례가액으로 인정한다면 납세자마다 시가 평가가액이 달라지는 불합리한 문제점이 있다"며 "상증세법상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평가한 가액(개별주택가격)을 쟁점주택의 시가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A씨가 자녀에게 양도한 주택이 시가보다 고가로 양도한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국세청의 과세처분에 조세심판원은 취소 결정(납세자 승소)을 내렸다. 개별주택가격이 시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유사 부동산의 매매가액은 개별주택가격보다 2배 많아 시가와의 괴리가 상당하는 게 이유였다. 이에 보충적 평가액인 기준시가를 해당 주택의 시가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쟁점주택(A씨 주택)과 같이 재개발구역 내에 있는 오래된 단독주택의 거래사례가 많지 않은 현황, A씨가 건물의 노후화를 고려해 유사 부동산의 매매가액과 그 부속토지 면적 비율에 따른 가액을 쟁점주택의 양도가액에 참고하게 된 경위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쟁점주택을 시가보다 고가로 양도해 이익의 증여가 있는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한 처분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참고심판례: 조심2021소6792]
[조세일보] 강상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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