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땅에 모종만 '듬성듬성'…상속재산 인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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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작성일 21-05-10 09:55 조회4,583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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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인들, 사망한 배우자 땅 1200평 상속재산 신고
국세청, 피상속인 토지 영농상속재산 제외해 과세
심판원 "소량의 모종만 있어 자경 인정 어렵다" 청구 기각
피상속인의 토지에 소량의 모종만 심어져 있을 뿐 납세자가 2년간 직접 경작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해당 토지를 영농상속재산에서 제외해 상속세를 부과한 것은 적법하다는 조세심판원의 결정이 나왔다. 조세심판원은 최근 사망한 배우자 A씨의 아내 B씨가 제기한 상속세부과처분 취소 심판청구에서 "상속인들과 피상속인이 토지 면적 전체에서 상속개시일 2년 전부터 계속해 영농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B씨의 청구를 기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와 그 자녀들은 2019년 배우자 A씨가 사망하면서 토지 3656㎡(약 1105평·이하 해당 토지)와 금융재산 등을 상속받았다. 이후 B씨는 자신과 배우자가 땅을 직접 경작했으므로 영농상속재산에 해당한다고 보고 상속재산에서 공제한 토지의 평가액을 상속재산가액으로 계산해 상속세를 신고했다.
하지만 과세 당국은 A씨와 B씨는 고령에 해당하고, 해당 토지가 1000평 이상의 넓은 면적임에도 불구하고 면세유 구매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농작물 판매내역이 없는 등 자경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농상속재산에서 제외해 상속세를 경정·고지했다. 그러자 B씨는 "피상속인과 함께 토지를 자경했고, 이러한 사실은 농지원부 및 모종 구입내역 등에 의해 충분히 입증되므로 과세가 위법하다"며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B씨는 "A씨는 1992년 토지를 취득해 사망하기까지 36년간 농사를 지어온 농사꾼"이라며 "A씨는 영농조합의 조합원으로 가입했을 뿐만 아니라 2016~2018년 밭농업직접지불보조금 대상자로 등록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세청에 제출한 영수증에 따르면 모종과 농약을 구입한 사실이 확인된다"며 "매입처가 땅 소재지와 가까운 곳에 있어 본인이 직접 구입한 것이고 해당 토지에는 현재 고추, 옥수수, 들깨, 오이, 토마토 등이 심어져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B씨는 "해당 토지의 농지원부에 '자경'으로 표시돼 있어 본인과 A씨가 영농 자재센터를 통해 모종을 구입했다면 납세자로서는 충분히 입증을 다 했다고 봐야 한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과세 당국은 "A씨와 B씨가 2분의1 이상 노동력을 투입해 직접 경작한 토지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과세 당국은 "A씨와 B씨는 2018년 이후 모종 일부와 배합사료 및 농약을 구입한 사실이 확인되나 B씨가 거주하고 있는 주택 인근에 다른 농지들도 있어 모종을 해당 토지에서 사용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며 "A씨는 다른 토지를 과수재배 및 사슴농장 등으로 사용했다고 하지만, 항공사진을 보면 과수나무가 아닌 밭으로 사용한 흔적이 확인될 뿐 모종을 해당 토지에서 사용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직불보조금 수령과 관련해서도 과세 당국은 "2017~2018년 A씨가 직불보조금을 수령한 내역이 확인될 뿐, 나머지 토지에 대해선 보조금을 수령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필지가 더 큰 땅에 보조금을 신청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므로, 직접 경작하지 않은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자경하지 않은 흔적은 과세 당국의 현장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국세청 공무원의 1차 방문 시 들깨, 토마토, 고추 등 여러 종류의 묘종이 심어져 있었지만 2차로 방문했을 때는 들깨 한 종류만 막 자라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과세 당국은 급하게 심은 것이라고 의심했다. 심판원은 "A씨와 B씨는 해당 토지 면적 전체에서 상속개시일 2년 전부터 계속해서 영농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심판원은 "해당 토지는 그 면적이 약 1200평으로 고령인 A씨와 B씨가 직접 경작했다고 보기 어렵고, 소량의 모종만으로는 토지 면적 전체에서 경작이 이뤄진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B씨는 2019년 이후에는 토지 주변에서 모종을 구입했다며 간이영수증을 증빙으로 제시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모종을 구입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토지 중 일부에 대해 A씨 명의로 직불보조금을 수령한 사실은 있으나 그 이후에는 B씨가 직불보조금을 수령한 사실이 없다"며 "오히려 과세사실판단자문위원회 의결 내용에 따르면 B씨가 고용인을 사서 농사를 했다고 기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심판원은 "B씨가 해당 토지 1200평에서 생산했다는 농작물을 판매한 증빙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볼 때 처분청이 해당 토지를 영농상속공제 대상에서 제외해 상속세를 부과한 처분은 잘못이 없다고 판단된다"며 과세 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조심 2020인8653]
[조세일보] 홍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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