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상속과 특별기여분, 공짜 점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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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작성일 21-06-14 12:30 조회4,690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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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한 왕이 학자들에게 경제학의 개념을 이해하기 쉽도록 간단하게 요약해 오라고 명령했다. 수많은 학자들이 저마다 몇 백 쪽에 걸쳐 정리해 왔다가 퇴짜를 맞았다. 반면에 명철한 어느 경제학자가 다음과 같이 한 문장으로 정의하여 왕의 총애를 받았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모든 거래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이 말은 1937년 미국의 한 매체(the El Paso Herald-Post)가 지면에 소개하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미국 서부 개척시대 때 한 술집에서 시작된 마케팅에서 유래되었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심각한 운영난을 겪던 술집의 주인장이 전날 술을 마신 손님에게 다음 날 점심을 공짜로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손님들은 공짜 점심에 열광했지만 술값에 점심값이 포함되었음은 물론이다. 전날 술을 마신 모든 손님이 점심을 먹으러 오는 것도 아니어서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았다 한다.
경제적으로 유산 상속은 상속인과 피상속인 간의 거래이다. 그렇다면 어떤 대가가 오가는가? 법률상 상속은 통상 상속인의 특별한 기여없이 무상으로 이전되는 것으로 본다. 공짜 거래로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후손이 받아 든 유산 속에는 '조상을 봉양하고 집안의 대를 이으라'는 주문이 들어 있다. 평생 일군 사업체를 자손에게 물려주려는 가업승계의 심리적 작동기제와 같다. 창업자의 정신을 승계하고 가업을 번창시키라는 주문말이다. 결코 공짜가 아닌 것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도 일방통행이 아니다. 내리 사랑이라지만 아이는 사랑스러운 행동으로 부모의 사랑에 보답한다. 상호간 대가관계가 있는 셈이다. 피상속인과 나눈 사랑의 크기와 유산 상속 증식에 기여한 가치를 유형의 그것처럼 평가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상속인 상호 간의 분배비율은 법적으로는 동일하게 정해져 있다. 다만 공동상속인 중에 상당한 기간 동거 및 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가 있을 때에는 법정 상속분에 추가로 기여분을 받을 수 있다(민법 제1008조의 2).
기여분은 유류분과는 별개로 본다. 따라서 상속재산을 계산할 때 피상속인이 남긴 유산에서 기여분을 먼저 공제한 나머지 재산을 상속재산으로 취급한다. 기여분은 공동상속인 간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결정된다. 망인의 유언에 따른 기여분은 유류분의 대상이 되어 상속인 간에 분쟁이 생길 수 있다.
배우자의 기여분 인정 여부는 '특별한 부양'에 이르는지 여부와 더불어 부양비용의 부담 주체, 상속재산의 규모와 배우자에 대한 특별수익액, 다른 공동상속인의 숫자와 배우자의 법정상속분 등 일체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
대법원은 상속인의 기여분에 대하여 다소 보수적으로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대법원 2019. 11. 21.). 최근 하급법원은 대법원의 이러한 기조와 달리 특별기여분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9년 사망한 고 구하라 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법원은 지난 해 말 오빠가 친모를 상대로 낸 '상속재산 분할 심판청구' 소송에서 친부에게 더 많은 유산을 분할하도록 결정한 바 있다. 친부가 12년 동안 친모없이 홀로 양육에 특별히 기여한 점을 인정한 것이다. 혈연으로 맺어진 사이라 할지라도 일방이 관습상의 범위 이상으로 특별히 기여한 바가 있었다면 그 대가를 우선적으로 지불하라는 것이다.
유산 상속에도 공짜 점심은 없다!
[조세일보] 정찬우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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