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특수관계인으로부터 취득한 전환사채라도 증여세 주의해야
페이지 정보
작성일작성일 21-07-27 10:03 조회4,341회관련링크
본문
전환사채는 애초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주식의 시가보다 저가로 양도하면 주식의 증여와 유사한 효과를 꾀할 수 있다. 이러한 까닭에 전환사채를 이용한 거래는 꽤 오래 전부터 지배주주의 지위를 이용한 조세회피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지난 1996년 말경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에는 전환사채 이익에 대한 증여의제 규정이 최초로 도입되었고, 2000년 말경에는 전환사채 이외에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기타 주식으로 전환·교환하거나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들에 대해서도 과세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마련되었다. 다만, 이들은 모두 특수관계에 있는 자들로부터 전환사채 등을 취득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었다. 애초 지배주주의 지위를 전제로 한 탈법적 전환사채 거래를 규율하기 위해 도입된 규정들이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 후 2003년 말경 상증세법에 완전포괄주의가 입법되면서 포괄적 증여 개념이 도입되고 기존 증여의제 규정이 증여 예시 규정으로 전환되었다. 이때 비로소 비특수관계인으로부터 전환사채 등을 취득한 경우도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규율되기에 이른다. 다만 특수관계가 없는 자 사이의 거래에서는 통상 이해관계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점이 추가적인 과세요건으로 요구되었다(구 상증세법 제42조 제3항).
즉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1항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과세할 수 없다. 원칙적으로 과세가 되지 않으나, 예외적으로 과세관청이 정당한 사유가 없음을 증명한 경우에 한하여 과세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특수관계에 있는지 여부 판단은 전환사채 거래를 하려는 일반인 입장에서도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대상판결에서는 전환사채를 취득할 당시에는 특수관계가 없었으나, 전환사채를 취득한 이후에 회사와 특수관계가 형성된 경우에 위 규정이 적용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구 상증세법 제40조 제1항 제2호 가목은 '전환사채 등을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취득한 경우'로 적용 범위를 한정하고 있고, 제42조 제1항 제3호는 자본거래로 얻은 이익 중에서 제40조 등에 따른 증여 외의 경우에 적용되는 규정이므로, 전환사채 등을 비특수관계인으로부터 취득한 경우에는 제42조가 적용되게 된다. 그런데 제42조 제3항은 같은 조 제1항의 요건 충족을 전제로 하므로 납세자 입장에서는 위 규정의 특수관계 여부 판단 역시 전환사채 발행 시점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예상하기 쉽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당시 특수관계가 있는 경우는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 간의 거래'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3항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전환사채의 발행 시점이 아닌 주식 전환 시점을 특수관계 여부의 판단 기준 시점으로 본 것이다. 그러므로 만일 정당한 사유가 부존재한다면, 결국 전환사채 취득 시점 이후 주가 상승분 전체에 대해 증여세가 과세되는 결과가 되는데, 이로 인해 납세자 입장에서 일차적으로는 과세요건과 관련한 신뢰가, 이차적으로는 증여세 과세여부와 관련한 신뢰가 거듭 침해될 수 있다.
특수관계가 없는 상태에서 전환사채를 취득하였는데, 그 후 추가로 주식을 매수하였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사후 주가상승분 전체를 누군가로부터 증여 받았다고 취급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라는 물음을 달리하면, 그러한 취급이 과연 근본적으로 '증여'의 개념에 부합하는 것인지 또한 이 경우 납세자가 과세관청으로부터 부과된 증여세 납세고지서를 받아들고선 과연 순순히 납득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물론 2015. 12. 15. 법률 제13557호로 개정된 상증세법상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1항 제3호는 삭제되었는바, 해당 과세요건과 관련한 납세자의 신뢰 침해 문제의 경우 적어도 그 이후로는 발생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위 개정 상증세법은 다른 한편으로, 제31조에 완전포괄주의에 따른 증여재산가액 계산의 일반원칙을, 제4조 제1항 제6호에 가액산정규정과 경제적 실질이 유사한 경우 과세할 수 있는 규정을 각 마련하였다. 이에 따라 특수관계가 없더라도 현행 상증세법상 과세대상으로 규정된 특수관계자간 전환사채 거래와의 실질적 유사성을 매개로 과세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게 된다.
서울고등법원은 구 상증세법 제42조 제1항 제3호가 삭제된 것은 다른 개별 가액산정규정을 통해 증여재산가액을 산정할 수 있기 때문이지, 특수관계인이 아닌 경우 주식전환 이익에 과세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기도 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20. 10. 16. 선고 2020누33840 판결). 즉, 비특수관계자간 전환사채 거래 시 사후적 주가상승분 과세여부에 대한 신뢰 침해 문제, 그리고 그것이 증여의 본질에 부합하는 것인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사실 이 문제는 연혁적으로 상증세법이 이론상 소득과세 대상인 것에 대하여 별다른 고민 없이 증여세로 규율하는 영역을 넓혀온 데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현행 상증세법상 대상판결 사안에서 문제된 전환사채 등 자본거래로 인한 이익의 증여 규정(제40조, 제42조) 이외에도, 재산 취득 후 주식의 상장(제41조의 3), 합병(제41조의5), 개발사업 시행 등(제42조의3) 사후적인 사정으로 재산가치가 증가한 경우 과세하는 규정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증여세적 요소와 소득세적 요소가 뒤섞여있어 소위 혼종(hybrid) 증여세라고도 불리는 것들이다. 변칙증여에 대응하기 위한 입법목적에 관하여는 일단 수긍한다 하더라도, 특수관계가 없었던 경우에까지 사후적 재산가치 증가분을 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은 일반인들의 법감정과 괴리될 소지가 크고, 자칫 거센 조세저항을 불러오기 쉽다. 이러한 경우 증여개념의 본질 또는 외연을 일탈한 것은 아닌지, 나아가 실질상 소득과세이지만 상증세법의 형태를 빌려 미실현이익에 대한 소득세제상의 과세 한계를 잠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의 관점에서 그 이론적·체계적 타당성에 관해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대법원 2020. 11. 12. 선고 2018두65538 판결
[조세일보] 법무법인 광장 이건훈 변호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