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가액으로 신고하면 감정평가 비용 공제되고 향후 양도세 줄어
국세청은 상속·증여하는 부동산을 시가에 맞게 평가한 후 과세하기 위해 부동산 감정평가 대상을 추가하고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상속·증여재산은 시가(매매가·감정가 등)로 평가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예외적으로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보충적 평가 방법(기준시가 등)을 이용한다.
상증세법은 국세청이 감정평가를 통해 시가를 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2020년부터 꼬마빌딩 감정평가 사업을 시행해 왔다.
국세청에서는 사업 시행 이후 4년간(2020~2023년) 총 156억 원의 예산으로 기준시가로 신고한 꼬마빌딩 727건을 감정평가해 신고가액(총 4조 5000억원)보다 71% 높은 가격(총 7조 7000억원)으로 과세했다.
또한, 꼬마빌딩을 상속·증여하면서 납세자가 스스로 감정평가해 신고하는 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2020년 9%→2024년 24.4%) 하는 등 꼬마빌딩에 대해서는 시가에 근접해 과세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 감정평가 대상 추가 : 주거용 부동산
국세청에 따르면 최근 주거용 부동산의 거래 가격이 높아지면서 일부 초고가 아파트와 호화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매매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초고가 아파트 및 호화 단독주택 등은 비교 대상 물건이 거의 없어 시가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꼬마빌딩과 그 성격이 유사하다.
그럼에도 주거용 부동산은 감정평가 사업에서 제외되어 시가보다 훨씬 낮은 공시가격으로 상속·증여가 가능하며, 심지어 중형 아파트보다 대형 초고가 아파트의 증여세가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에 국세청은 실제 가치에 맞게 상속·증여세를 부담하도록 내년부터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신고한 주거용 부동산 등을 감정평가 대상으로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감정평가 범위 확대 : 선정 기준 완화
국세청은 감정평가 사업의 대상과 선정 기준을 국세청 훈령인 '상속세 및 증여세 사무처리 규정'에 명시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감정평가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선정 기준도 낮출 예정이다.
현재는 신고가액이 국세청이 산정한 추정 시가보다 10억원 이상 낮거나, 차액의 비율이 10% 이상인 경우 감정평가 대상으로 선정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신고가액이 추정 시가보다 5억원 이상 낮거나, 차액의 비율이 10% 이상이면 감정평가하도록 범위를 확대하는 것.
국세청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상속세 및 증여세 사무처리 규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은 20일간의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의 상세 내용은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으며 내년 1월 1일 이후 상속·증여세 법정 결정기한이 도래하는 부동산부터 개정 규정이 적용된다.
◆ 국세청 "공정 과세 기대.. 감정평가 신뢰성 높일 것"
국세청은 이번 감정평가 확대를 통해 부동산 상속·증여 시 실제 가치에 따라 과세함으로써 공정하고 상식에 맞는 사회 구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상속·증여받은 부동산을 감정가액으로 평가하면 상속·증여세는 증가하나, 향후 해당 부동산을 양도할 때 양도소득세가 줄어드는 측면도 있다.
또한, 납세자 스스로 감정가액으로 신고하면 감정평가 수수료 비용이 공제되고, 추가적인 부동산 평가 절차 없이 조기에 상속·증여세 결정이 가능하다.
국세청은 신고 안내 단계부터 감정평가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감정평가 대상으로 선정되면 감정평가 방법 및 절차를 담은 개별 안내문을 발송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감정평가가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내·외부위원(내부 3명·외부 4명)으로 구성된 평가심의위원회에서 감정평가액을 한 번 더 검증하는 등 감정평가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 관계자는 "주거용 부동산을 감정평가 대상으로 추가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현재 예산 부족으로 다음 연도로 상당 부분 이월되던 꼬마빌딩 감정평가를 확대하고, 부동산과다보유법인이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골프장·호텔·리조트 및 서화·골동품에 대해서도 감정평가를 강화하는 등 상속·증여세 형평성 제고를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