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에 있어서 공소시효가 있듯, 세금 문제에서도 과세당국이 세금을 매길 수 있는 기간이 있다. 세법에서는 이를 '국세부과의 제척기간'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제척기간을 넘기면 과세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 그런데 납세자가 어려운 세법을 잘 몰라서 세금을 더 냈고, 이러한 사실을 제척기간이 지난 뒤에 알았다면 오납금을 돌려받을 수 없는 것일까. 

 

국민권익위원회는 4일 "중대·명백하게 잘못 부과된 증여세는 부과제척기간에 상관없이 환급해 줘야 한다"며 국세청에 과다 납부한 증여세를 환급하도록 '의견표명'을 했다.

 

권익에 따르면, 지난 2005년 A씨는 할아버지로부터 토지지분 50%(3554㎡)를 증여받았다. 그는 실수로 토지지분 100%를 증여받았다고 세무서에 신고하고 증여서 5500여만원을 납부했다. A씨는 15년 뒤 한국토지주택공사에 토지를 양도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증여세를 2배가량 많이 낸 사실을 알게 됐고, 관할 세무서에 자신이 더 낸 증여세를 되돌려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세무서는 세법에서 정한 부과제척기간(10년)이 지났기 때문에 "환급할 수 없다"는 통보를 했다. 이에 A씨는 권익위에 고충 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는 ①과세당국이 토지 증여 면적이 과다하게 산정됐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고 ②부과제척기간 취지가 국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③증여세를 환급하더라도 법적 안정성이 크게 저해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국세청에 환급하라는 의견을 냈다.

안준호 권익위 고충처리국장은 "과세관청의 중대하고 명백한 잘못으로 국민이 억울한 일을 당한 것이 확실하다면 과세관청 스스로 오류를 시정하는 적극 행정을 실현해야 한다"고 했다.

 

[조세일보] 강상엽기자